이 대통령, 형사소송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요구 사실상 거부
"위헌·집행불능·국익위배 등 국회 입법권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 아니다" 판단
경찰 수사권 독점·비대화 우려엔 "법령·제도 정비 후속 조치 반드시 필요"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밝혔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권 독점에 따른 부작용은 후속 법령·제도 정비로 보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 법률안이 위헌, 집행불능, 국익위배, 행정부 고유권 침해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삼권분립 위반 아니면 거부권 못 써"…헌법학계 통설 인용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요건에 관한 헌법학계의 통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라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서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헌정 질서에 위반된다고 해야 상대의 권한·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야권과 여권 일각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형사소송법 의결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검찰 무소불위 권한, 별건·표적 수사 관행 되풀이"
이 대통령은 개정안 취지에 강한 힘을 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대하고 집중된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 내 일부 집단은 기소를 위해서 수사할 수 있다는 이 권한을 무소불위로 악용하며 있는 사건을 덮거나, 누군가를 정해놓고 처벌하기 위해 별건수사, 먼지떨이·표적 수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는 이러한 비정상적 형사 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며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에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부연했습니다.
"경찰 수사권 독점·비대화 우려…법령·제도 정비 필요"
이 대통령은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따른 부작용과 경찰 비대화 우려도 함께 수용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형사사법 체계의 선진적 정상화에 단초가 마련되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법령의 정비 또는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은 가죽을 벗긴다는 의미"라며 "한 번의 제도 변경으로 쉽게 종결되는 그런 개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래 취지대로 변경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그리고 철저히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엔 "인권 수호자 책임"…경찰엔 "내부 비리 근절"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양쪽에 각각 당부의 메시지를 냈습니다.
검찰을 향해서는 "특히 새로운 수사 시스템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 공정성,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하겠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대표적인 공익의 대표자인 만큼 인권 수호자로서의 책임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 국민 모두의 검찰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는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 역시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총력 매진함으로써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국무회의 발언으로 수사-기소 분리를 규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시행이 사실상 확정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소멸함에 따라 기업 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새로운 수사 체계를 전제로 대응 매뉴얼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특히 형사 리스크가 상시 존재하는 산업 분야, 즉 공정거래·자본시장·중대재해·환경·개인정보 등 분야의 기업은 초기 수사 단계에서 경찰 대응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실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전 검찰 단계에서 조율·해명 가능하던 사안이 경찰 단계에서 종결되거나 조서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통령이 "후속 법령·제도 정비"를 명시적으로 예고한 점은 향후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장치, 검찰의 사후 관여 절차 등이 재차 법제화될 여지를 시사합니다. 관련 하위 법령과 수사준칙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