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 CFD 이용 시세조종에 첫 유죄 취지 파기환송
ABCP 부실 사태 판결에서도 발행 주관사 검증 의무 첫 인정
자본시장법 명문 규정 넘어 입법 목적·투자자 보호로 규율 범위 확대
자본시장법이 직접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시세조종도 처벌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5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의 핵심 인물 라덕연 씨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라덕연, 4년간 통정매매로 8개 상장사 주가 조작... 7377억원 부당이익
라 씨는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통정매매 방식으로 삼천리 등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통정매매는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익 규모는 7377억 원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시세조종을 구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 "장외파생상품 주문이 통정매매로 이어지면 시세조종죄 성립"
대법원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가 상당한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 파생상품을 이용한 피고인들의 주문이 증권사 등을 거쳐 곧바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는 통정매매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다수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증권시장 전체를 불건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투자자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 증권 시장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선 항소심은 구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금지 행위 대상을 법령 명시 문구인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로만 엄격히 해석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해석을 뒤집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입니다.
ABCP 부실 사태... 발행 주관사 검증 의무 첫 정립
대법원은 지난 4월 중국국적 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판결을 내놨습니다. 발행 주관사가 신용평가서 결과만 신뢰할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의 위험성을 직접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문제가 된 ABCP의 기초자산은 CERCG가 지급보증한 해외 회사채였습니다. 부산은행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이 CERCG 계열사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 및 판매한 ABCP 물량 중 200억 원어치를 매입했습니다. 이후 2018년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며 주관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등에도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대법원은 "증권사들은 이 사건 ABCP 발행·유통자로서 이 사건의 ABCP에 부여된 신용등급이 투자에 따른 유동화자산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유동화자산 위험이 신용평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신용평가사들에 정확한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CFD 판결은 자본시장법 문언의 엄격 해석 관행에서 벗어나 시세조종의 실질을 기준으로 처벌 범위를 판단한 첫 사례입니다. 금융회사와 상장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자사 파생상품 거래 구조가 결과적으로 기초자산 시장에 시세조종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CFD 등 레버리지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는 주문 흐름 감시 체계와 이상거래 적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
ABCP 판결은 발행 주관사가 신용평가 결과에만 의존해서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구조화 상품이나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상품을 발행·유통하는 증권사는 자체 실사(Due Diligence) 기준을 명문화하고, 신용평가사에 제공한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갖춰야 합니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이 판결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법무·재무 부서는 투자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판례 흐름을 반영해야 합니다. IPO 풋옵션, 정산 조항, 위약금 등 해석 여지가 있는 문구는 구체적 요건과 판단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협상 과정의 회의록·이메일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문서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분쟁 예방과 대응에 실질적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