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헌법소원 청구
도수치료 1회 4만3850원·연 15회 제한 놓고 "위임입법 한계 위반" 주장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도 청구인 참여…"치료선택권·건강권 침해" 쟁점
서울시의사회가 정부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번 청구의 핵심은 법률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만으로 국민의 치료선택권과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도 청구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청구 취지: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
서울시의사회는 관리급여 제도의 근거가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고 국민의 치료선택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입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선별급여 지정 사유로 추가했습니다. 의료 이용량과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한 근거입니다.
반면 서울시의사회는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이 선별급여 대상을 경제성이나 치료효과성이 불확실해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법률에 없는 '사회적 편익'과 '의료 이용 관리'라는 개념을 시행령에 추가해 정부가 새로운 통제 권한을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청구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번 헌법소원은 의료계의 이익을 위한 소송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가 법률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국민의 치료선택권과 의사의 전문적인 임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소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갈등 배경: 지난달 1일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이 도화선
관리급여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도수치료 가격은 1회 4만3850원으로 정해졌으며 환자 본인부담률은 95%입니다.
이용 횟수는 원칙적으로 주 2회와 연간 15회로 제한됩니다. 다만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간 24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과잉 우려와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서울시의사회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가격과 횟수 제한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같은 질환을 앓더라도 증상의 정도와 치료 경과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연령과 기저질환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치료 방법과 횟수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황 회장은 "환자의 상태는 숫자로 획일화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간 횟수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치료를 중단해야 하느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발생한 결과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확대 가능성 우려: "다른 비급여 진료로 번질 수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관리급여 적용이 도수치료에 그치지 않고 다른 비급여 의료행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했습니다. '사회적 편익'과 '적정한 의료 이용'이란 표현에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한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 판단에 따라 가격과 횟수 제한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비급여 진료의 과잉 이용과 가격 편차를 관리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회장은 "법률에 없는 권한을 시행령으로 만들어 국민의 치료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환자의 상태를 획일적인 횟수와 가격으로 재단하고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행정기관의 비용 통제 아래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건강권은 행정 편의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헌재가 행정부가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의료 이용 통제 수단을 시행령으로 만들 수 있는지 엄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