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투여 환자·유가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재판부, 제조상 결함과 표시광고법 위반 모두 인정하
피고 공동 배상액 약 6억6400만 원 명령
이웅열 명예회장 형사 항소심 무죄 확정, 별개로 민사 배상 책임 인정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투여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2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지난 9일 인보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인보사 투여 후 숨진 환자 3명의 유가족과 투여 환자 15명 등 총 18명입니다. 피고는 이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입니다. 원고들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 사이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과 투여 후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입니다.
재판부, 피고 공동 배상액 약 6억6400만 원 명령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해야 할 총액은 약 6억6400만 원입니다. 재판부는 생존 환자에게 각 3000만 원을, 사망 환자에게는 각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처방을 담당한 의사와 소속 의료재단은 사망 환자에게 1400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배상액에는 환자들이 인보사 투여를 위해 지출한 수술비 등도 포함됐습니다.
재판부, 제조상 결함 인정…연골세포 아닌 GP2-293 세포 확인
재판부는 인보사가 원래 의도했던 연골유래세포와 다른 GP2-293 세포가 주요 성분으로 밝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제조상 결함을 인정했습니다.
또 제조사가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망인이 안전성을 담보할 장치가 전혀 없는 GP2-293 세포 투여로 겪었을 불안감과 공포, 배반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과 망인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제조상 결함과 정신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습니다.
표시광고법 위반도 인정…"연골유래 세포로 허위 표시"
허위 포장 부분도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인보사의 포장과 사용 설명서 등에 실제 성분과 달리 '연골유래 세포'로 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원고들이 주성분을 알았더라면 인보사를 투여받지 않았을 것이므로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 등은 인보사에 결함이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조·판매했다"며 "환자인 원고들과 망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인보사,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2년 뒤 취소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인보사를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했습니다.
그러나 종양 유발 위험 등 성분임이 드러나면서 2년 뒤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형사는 무죄 확정, 민사는 배상 책임 인정
이 명예회장은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 관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인보사 사건에 대해 증거관계와 상고 인용 가능성을 고려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이웅열 등 피고인들 모두에게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형사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번 민사 판결은 형사 무죄 확정과 별개로 제조물책임과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성분 조작에 관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에서는 제조상 결함과 안전성 결여를 근거로 배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 경영진과 법무 담당자는 형사 판단과 민사 배상 책임이 별개의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조물책임법과 표시광고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고의가 아닌 결함의 존재와 표시 오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어, 제품 표시와 품질관리 체계 전반의 점검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