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유족의 의사 상대 3억 5천만 원 손해배상 청구 원고 패소 판결
재판부, 투약·퇴원 용인과 피해자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부족 판단
유족 항소 포기로 판결 확정, 의사는 별건 형사재판서 징역 16년 확정 상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약한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3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51단독 이지현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소송은 피해자의 부모와 오빠가 의사 염 모 씨를 상대로 "3억 5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낸 사건입니다.
2023년 8월 프로포폴 9차례 투약 뒤 롤스로이스 사망사고
염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입니다. 염 씨는 2023년 8월 2일 가해자 신 모 씨에게 총 9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했습니다.
신 씨는 같은 날 오후 8시쯤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몰다가 20대 여성 피해자를 들이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11월 숨졌습니다.
유족은 염 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해 신 씨가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병원에서 그대로 나가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은 염 씨가 가해자와 함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거나, 업무상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인과관계·예측가능성·주의의무 모두 부정
그러나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론 피고의 투약·퇴원 용인 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염 씨가 사고 전 신 씨에게 '어지럼증 등 약기운이 남아 있으면 운전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의를 준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피고가 자신의 주의를 무시하고 운전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의사인 피고가 환자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방지할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유족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이미 중형 확정
한편 염 씨는 별건 형사재판에서 이미 중형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염 씨는 치료 목적 외 프로포폴 등을 신 씨에게 처방하고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024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았습니다.
운전자 신 씨도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사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투약이 환자의 제3자 가해행위로 이어졌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으려면 투약행위와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와 예측가능성이 별도로 입증돼야 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재판부가 "의사는 환자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방지할 주의의무까지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부분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의료인의 민사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프로포폴 오·남용 처방을 둘러싼 형사책임은 별도의 엄중한 잣대로 심리되고 있어, 의료기관과 로펌 자문 실무에서는 형사·민사 리스크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