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회사 전직 종합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재판부, 해고 분쟁 비공개 조건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소득세법상 사례금으로 판단
언론·국회 활동 중단, 회사 평판 훼손 행위 중단 대가로 지급된 점이 결정적 판단 근거
회사와의 해고·인사 분쟁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가상자산도 과세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공현진)는 블록체인 회사 전직 직원 최 모 씨 등 5명이 동작·성동·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판결은 지난 5월 내려졌으며, 원고들이 돌려달라고 요구한 금액은 약 111억 원에 달합니다.
권고사직 대가로 1년치 급여에 더해 가상자산까지
사건의 발단은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 씨 등은 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업체에서 근무하다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회사는 이들에게 퇴직 시점부터 1년 치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위로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가 발행한 가상자산도 별도로 주기로 약정했습니다. 해당 가상자산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나눠 지급됐습니다.
최 씨 등은 이 가상자산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인 사례금으로 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귀속 종합소득세를 납부했습니다.
"분쟁해결금이라 과세 대상 아니다"... 111억 5천만 원 환급 청구
그러나 최 씨 등은 이후 입장을 바꿔 세금 환급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가상자산이 회사의 부당한 인사 조처와 해고에 따른 분쟁해결금 또는 배상금 성격이라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환급 청구 금액은 약 111억 5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각 세무서가 이를 거부하자 조세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언론·국회 활동 중단 대가... 비밀 엄수 사례금"
재판부는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가상자산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인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사례금의 개념부터 정리했습니다.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해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며 "금품 수수의 동기와 목적, 당사자의 관계와 지급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가상자산의 지급 조건을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원고들은 법적 조치를 종결하고 언론 및 국회 활동을 중지하는 한편 앞으로도 회사의 평판을 해할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하는 대가로 일반적인 퇴직 금액에 더해 가상자산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은 분쟁의 조기 종결과 관련한 비밀 엄수 등 역무를 제공한 데 대해 사례의 뜻으로 지급된 금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측이 합의 당시부터 가상자산에서 관련 세금을 공제해 지급하기로 정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세무 당국의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노사 분쟁 종결 조건으로 지급되는 금품의 세무상 성격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통상적인 퇴직금·퇴직위로금 범위를 넘어 비밀유지, 비방 금지, 대외 활동 중단 등 부수적 의무 이행의 대가로 지급된 금품은 사례금으로 과세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분쟁 종결 합의서(Settlement Agreement) 작성 시 지급 명목과 조건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수령자의 세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판결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합의 당시부터 원천징수 방식으로 세금 공제에 합의했다면, 이후 성격을 달리 주장해 환급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실무 기준이 세워졌습니다.
가상자산을 인사 분쟁 해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급 수단이 현금이든 가상자산이든, 지급 원인이 되는 역무의 실질에 따라 소득 구분이 결정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스스로 사례금으로 신고·납부한 뒤 뒤늦게 성격을 달리 주장한 점이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한 흐름도 확인됩니다. 최초 신고 단계에서의 소득 구분이 이후 다툼에서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