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반올림이 산업부 상대 낸 정보공개 소송 원고일부승소 판결
국정원장 지명 위원 제외한 나머지 위원 명단 공개하라 판단
"청탁·압력 견디는 것이 공직자 기본자세, 감시 위해 공개돼야"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9일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장은 이상덕 부장판사입니다. 시민단체 반올림이 산업통상부를 상대로 낸 소송입니다.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알리기 위해 출범한 시민단체입니다. 정식 명칭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입니다. 반올림은 2018년 4월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 정보가 포함됐다고 판단한 전문위원회가 대상입니다. 반올림은 이 위원회의 공식 명칭과 전체 구성원 명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산업부, 명칭만 공개하고 명단은 비공개
산업부는 전문위원회의 공식 명칭만 공개했습니다. 나머지 정보는 비공개로 결정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입니다. 반올림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반올림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지명하는 위원에 관한 사항은 제외했습니다. 나머지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생활 노출은 위촉 당시 감수한 것"
재판부는 명단 공개로 위원 개인의 사생활이 다소 노출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는 위원 스스로 위촉 당시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위촉을 수락해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상당수 민간 위원이 위촉 경력을 홍보에 활용하는 점도 짚었습니다.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대외 활동 경력으로 기재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민간 위원의 성명과 직업, 임기를 공개해도 사생활 침해 정도는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오히려 공개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밝혔습니다.
"청탁 견디는 것이 공직자 기본자세"
재판부는 산업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명단이 공개되면 로비나 여론 영향으로 공정한 심의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공직은 이름과 명예를 걸고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보나 보안 등 기밀성이 요구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재판부는 웬만한 청탁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을 각오가 공직자의 기본자세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압력을 견딜 준비가 안 됐다면 공직자로서 부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사람을 위촉했다면 산업부의 인사 실패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민간 위원 명단은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핵심기술 심의라는 기밀성 높은 영역에서도 심의 주체에 대한 국민의 감시 필요성이 인정된 것으로, 향후 유사 위원회의 정보공개 범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