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취료 거짓청구 의심되더라도 입증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서울행정법원, 정형외과의원 원장 승소 판결
보건복지부 요양·의료급여 업무정지 처분 모두 취소
공익신고와 병원장이 작성한 메모만을 근거로 병원 업무를 정지시킨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개별 진료 사례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 업무정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장은 나진이 부장판사입니다.
■ 처분의 경위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경기도 구리시의 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A 씨에게 처분을 내렸습니다. 요양기관 146일, 의료급여기관 124일의 업무정지 처분입니다. 마취료와 내원일수에 대해 거짓으로 의료급여를 청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거짓청구 조사는 병원 내부 직원의 공익신고로 시작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제보 내용은 환자가 비만치료를 받았지만, 실비보험 한도에 맞춰 진료차트를 두 차례로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비만치료와 무관한 신경차단술 내역으로 청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공단은 A 씨에게 자료제출과 방문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방문확인을 거부하자, 공단은 보건복지부에 긴급조사를 의뢰했습니다.
■ 메모 한 장이 처분의 근거
이에 따라 이뤄진 현지조사 과정에서 A 씨는 조사원에게 메모 한 장을 건넸습니다. 메모에는 "LA357(PDNB로 진료기록지에 기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LA357은 척수신경후지차단술의 의료수가 코드입니다. PDNB는 해당 시술의 영어명인 'Posterior Division Nerve Block'의 약칭입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 메모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병원 진료기록부에 'PDNB' 표기 없이 공단 측에 '척수신경총, 신경절차단술-척수신경후지'로 급여비용이 청구된 9978건을 거짓청구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부당청구로 확정했습니다.
A 씨는 신경차단술 시행에 진료기록부에 'PDNB'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개별 진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처분이 내려졌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원일수 거짓청구 역시 단순 착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재판부 "증명 책임은 처분청에 있다"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현지조사 과정에서 소명을 거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마취료를 거짓청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는 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 책임은 처분청인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판단 근거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진료기록부에 'PDNB'가 기재되지 않은 급여 청구 건 9978건을 실제 시술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한 근거는 사실상 메모 한 장이 유일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해당 메모만으로는 'PDNB'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모두 실제 시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료기록부에 다른 치료 내용으로 시술 사실을 표시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신경차단술 관련 자료 등에 대해서도 피고가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주요 처분사유인 마취료 거짓청구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이상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