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 부당이득 반환 반소 패소 부분 파기환송
42억 원 종중 땅 매매, 권한 없는 대표자와 계약해 무효
매매대금 중 종중에 실질 귀속된 금액은 반환 대상
42억 원의 종중 땅을 권한 없는 종중 대표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매매대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소유권을 잃을 뻔했던 구매자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 끝에 매매대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경주김씨 A종중이 임 모 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 소송에서, 임 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반소를 패소 판결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환송했습니다. 주심은 이흥구 대법관입니다.
■ 하급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
하급심은 권한 없는 종중 대표자와 맺은 매매계약이 무효라, 구매자가 소유권을 원래대로 다시 종중에 돌려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매매대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매대금 중 실질적으로 종중에 귀속된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건의 경위
A종중은 2014년 11월 정기총회에서 B 씨를 회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그런데 종원 C 씨가 2015년 종중을 상대로 B 씨를 회장으로 선임한 정기총회 결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 씨는 1심에서 승소했고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어 C 씨는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습니다.
B 씨는 가처분이 인용되기 바로 전인 2015년 10월 종중을 대표해 임 씨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매대금은 41억 8500만 원이었습니다. 임 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고, 매매대금을 B 씨가 관리하는 계좌들로 입금했습니다.
B 씨는 임 씨 외에도 종중이 소유한 다른 토지들도 매도했습니다. 매매대금은 종중의 세금과 변호사 선임료, 소송비용, 업무추진비 등에 사용됐습니다. 이후 2016년 7월 종중의 직무대행자가 선임되면서, B 씨는 직무대행자에게 종중 자금을 넘겼습니다.
종중은 임 씨 등 토지 매수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적법한 대표자가 아닌 B 씨와 한 계약은 무효라며 소유권을 다시 넘겨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임 씨는 매매대금 23억 원을 돌려달라며 반소를 냈습니다.
■ 1·2심 "종중에 부당이득 없다"
1심과 2심은 종중의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는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임 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종중이 법률상 원인 없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임 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 대법원 "실질 귀속분은 반환해야"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B 씨가 종중을 대표할 권한 없이 매매대금을 받았더라도, 임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이 현재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매매대금이 종중을 위해 세금 등에 쓰였다는 사실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종중에게 그 이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2심의 심리 부족도 지적했습니다. 임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종중을 위해 사용되거나 직무대행자에게 귀속된 금액이 얼마인지 심리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