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전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단체교섭 거부는 적법
원청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 근로계약 관계 인정 어려워,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아님
원고 패소 원심 파기, 서울고법으로 환송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에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9일 오전 11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입니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주심은 이흥구 대법관입니다.
쟁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하급심은 "실질적 사용자", 대법원은 뒤집어
발단은 2020년 3월입니다. 택배노조는 열악한 환경 개선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위수탁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집배점주라고 봤습니다. 택배기사와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는 직접 고용된 기사와 달리 하청 근로자의 성격을 갖습니다. 택배노조는 이들 기사도 배송 업무 전반에서 CJ대한통운의 지휘와 영향 아래 있다고 맞섰습니다. 회사가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CJ대한통운은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회사가 택배기사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봤습니다. 1심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렇게 보지 않으면 하청 근로자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개정 전 법리로는 실질적 지배력만으로 원청에 교섭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옛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와 단체교섭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습니다.
HD현대중공업 전합 판례 재확인
이번 판단은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와 궤를 같이합니다. 대법원 전합은 2026년 5월 2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안은 종전 법리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분쟁도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인 만큼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겁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2026년 3월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전면 인정한 것이 아닙니다. 노란봉투법상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의제에 한해 교섭에 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2026년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혔습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해 원청의 교섭 의무를 규정합니다.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 시행 시점이 원청의 교섭 의무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습니다. 법 시행 전 사건은 종전 법리로, 이후 사건은 확대된 사용자 개념으로 판단되는 이원 구조가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