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CFD 통한 주문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죄 성립 가능 판단
징역 8년·벌금 1456억 원 선고한 2심 파기, 서울고법에 환송
장외 파생상품 주문이 실제 매매로 이어질 경우 처벌 가능하다는 법리 제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주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항소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 대표에 대해 징역 8년, 벌금 1456억 원, 추징금 181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CFD 주문도 시세조종죄 성립 가능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주문에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상장증권이나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직접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매매로 이어질 것이 상당한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 파생상품 주문이 증권사를 거쳐 시세조종 매매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과 주식시장 매매 주문에 다소 시간 차이가 나더라도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CFD 거래구조와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시세조종 행위를 하기 위해 다수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2심이 CFD 계좌 이용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대상이 아니라고 본 판단에 대해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장외 파생상품인 CFD가 시세조종의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에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최초로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CFD를 이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규제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천억 원 유치 후 8개 종목 시세조종
라 대표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미등록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후 8개 종목 주식을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조종해 7300억 원가량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고객 명의 CFD 계좌 등을 통해 대리 투자를 한 뒤 수익 일부를 정산금 명목으로 받아 약 1944억 원의 범죄수익을 취득·은닉한 혐의도 있습니다.
1심 징역 25년 → 2심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 대법원이 다시 파기
1심은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1000만 원을 선고하고 1944억 8675만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형량을 징역 8년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벌금은 1심과 같은 1465억 1000만 원으로 유지했지만, 추징액은 1815억 5831만 원으로 줄였습니다. 범행 의사결정과 이익 귀속이 라 대표에게 집중됐다고 보고 주요 공범들의 형량도 1심보다 낮췄습니다.
2심은 시세조종 행위 자체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이 인정한 시세조종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라 대표 조직의 일임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와 투자자들이 별도로 운용한 이른바 '뒷주머니 계좌'가 포함됐다는 라 대표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또 CFD 계좌 이용 주문은 시세조종죄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시세조종으로 얻은 이익액 산정이 곤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익액이 50억 원 이상이라는 가중처벌 요건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 등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규모도 줄었습니다. 2심은 2022년 1월 4일 전 무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취득한 정산금 114억 1043만 원은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일부 금액을 제외했습니다.
한편 2심은 양형과 관련해 "장기간에 걸쳐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통상적인 시세조종 범행과 달리 피고인 대부분은 주가 폭락 사태로 투자수익을 모두 상실했다"며 "주가 폭락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서울고법은 CFD를 통한 시세조종죄 성립 여부와 이익액 산정 등을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다시 심리해야 합니다. 1심 징역 25년에서 2심 징역 8년으로 대폭 감경된 형량이 환송심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