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6년 세제개편안, 상장주식 평가기간만 확대…PBR 0.8 절대 기준은 제외
한화투자증권 "새로운 눌러진 시가가 기준 될 가능성 높아"…실효성 제한 지적
저PBR 요건 충족 기업 약 120개…세액 부담 급증 가능성도 대폭 축소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당초 거론됐던 '주가순자산비율'(PBR) 0.8 기준이 빠지고 상장주식 평가기간만 확대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세제개편안에서 'PBR 0.8'이라는 절대적 기준은 사라지고 상장주식의 평가기간만 늘어났다"며 "주가를 억누르려는 대주주의 유인이 본질적으로 바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세제개편안, 장기 저PBR 기업 상장주식 평가기간 확대
정부가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상속세·증여세 과세 대상인 상장주식 평가 과정에서 기업이 장기간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췄다고 추정될 경우 과세관청 심의를 거쳐 기존보다 더 긴 기간의 평균 주가 등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재평가합니다.
적용 대상은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PBR이 업종별 하위권에 해당하거나, 중복상장·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 등입니다.
지난해 이소영 의원 발의안과는 상당한 차이
엄 연구원은 이번 개편안이 지난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개정안은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개편안은 해당 기준을 제외하고 장기 평균 주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정됐습니다.
엄 연구원은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4개월 평균 주가를 쓰든 2~3년 평균 주가를 쓰든 결국 '새로운 눌러진 시가'가 기업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저PBR 기업 47.5%…실제 적용 대상은 약 120개
또 올해 7월 15일 기준 PBR 0.8 미만 상장사는 1291개 사로 전체의 47.5%를 차지했지만, 이번 제도에서 장기간 저PBR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약 120개 수준입니다.
엄 연구원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상속·증여세를 줄이려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완화됐다고 봤습니다.
엄 연구원은 기존 PBR 0.8배 방식에서는 극단적인 저평가 기업의 경우 과세 대상 기업가치가 최대 4배까지 높아질 수 있었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기존 평가액의 30% 할증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복상장·교환사채 억제 효과는 있을 것"
다만 단기간에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경우를 겨냥한 요건은 대주주에게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이나 이례적인 재무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PBR 0.8이라는 기준이 빠짐으로써 세액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도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왜 과세관청이 주가 누르기 해당 여부와 세액을 사안별로 결정하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주가 누르기 방지'라는 정책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이소영 의원안의 절대 기준(PBR 0.8, 순자산가치 80% 하한)을 제외하고 과세관청 심의를 통한 사안별 판단 구조로 전환됐습니다. 획일적 하한선에 따른 세부담 급증 우려는 줄었지만, 반대로 과세관청 재량 판단에 따른 예측가능성 저하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업종별 하위권 PBR에 해당하는 약 120개 기업, 그리고 중복상장·교환사채 발행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의 대주주는 상속·증여세 평가 시점에서 장기 평균 주가 적용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상장 지주회사,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진행한 그룹, 교환사채 발행 이력이 있는 기업의 지배주주 승계 플랜을 재점검할 실무적 필요가 큽니다.
기업 재무·IR·법무 부서는 지배구조 개편, 자회사 중복상장, 교환사채 등 대규모 자금조달 실행 시 상속·증여세 평가에 미치는 장기 영향을 사전 검토 항목에 포함해야 합니다. 단기 재무전략과 승계세제 리스크를 분리해 판단하기 어려워진 만큼 세무자문과 IR 커뮤니케이션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